2025-09-08
-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5다209662 판결 -
1.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과 설명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갑상선암이다(2022년 기준). 갑상선암은 다른 장기나 조직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보험자(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에게 갑상선암의 전이암이 발생한 경우 ‘갑상선암 진단 보험금’과 별도로 ‘일반암 진단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암보험계약의 약관 중 ‘이차성 및 상세불명 부위 악성신생물(암)의 경우 일차성 악성신생물(암)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원발부위(최초 발생한 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즉, 갑상선암이 림프절로 전이된 경우, 갑상선암을 원발암으로, 림프절 전이암을 이차성 악성신생물로 보아 갑상선암 부위를 기준으로 한 보험금만 지급하고 림프절 전이암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이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에 해당하여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오래전부터 다툼이 있어왔다. 이 쟁점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는 최근까지 없었고, 하급심 판례는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는 판례들과 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례들이 팽팽하게 대립해 있었다.
2. 사실관계
보험자인 원고와 보험계약자인 피고는 2013년 암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은, 보장개시일 이후 암 진단확정시 암진단비 3000만 원 지급, 보장개시일 이후 소액암 이외의 암 진단확정시 소액암 이외의 암진단비 4000만 원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암진단비 특별약관에는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을 정하고 있다.
피고는 2023년 병원에서 갑상선암(상병코드 C73), 림프절 전이(상병코드 C77)를 진단받고, 갑상선일엽 절제술 및 중심림프절 절제술을 받았다. 피고는 원고에게 갑상선암의 림프절 전이로 인한 일반암 기준 암진단비를 청구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으로서 보험계약자가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림프절 전이(C77)에 따른 보험금 7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3.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은 “①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은 거래상 일반적으로 공통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고, ②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은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보험계약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약관조항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분류기준에 대한 원고의 설명의무위반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하며 원고가 피고에게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며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피고가 항소하였으나, 원심 또한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의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하며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약관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본 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는 판결을 하였다.
가.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은 보험계약에서 무엇을 보험사고로 할지에 관한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보험금 지급의무의 존부, 보장 범위 또는 보험금 지급액과 직결되는 보험계약의 핵심적 사항으로서,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나 그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 일반인 보험계약자는 전이암을 암으로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을 예상할 수 없음
“이 사건 보험계약의 주계약 약관 ‘별표 14’에서는 분류번호 ‘C76~C80’의 불명확한, 이차성 및 상세불명 부위의 악성신생물’을 독립된 암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으로서는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에 관한 보험자의 설명 없이는 ‘갑상선암에서 전이된 이차성 암이 진단된 경우에는 갑상선암 등 제외조항과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에 근거하여 암으로 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은 갑상선암 등 이른바 ‘소액암’에서 다른 부위로 전이된 경우를 분류하는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탓에 보험금 지급실무에 발생한 혼선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보험약관 개선방안에 따라 도입되었다. 이러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 내용과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의 도입 경위까지 종합하여 보면,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사항이어서 그에 관한 별도의 설명 없이도 보험계약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5. 평석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은 소액암으로 인정되는 부위에서 일반암으로 인정되는 부위로 전이된 암환자의 경우 원발부위 기준 분류특약에 따라 원발부위를 기준으로 소액암 보험금에 한하여 보상받을 수밖에 없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이는 ‘일반암 보험금을 제한하는 감액규정 또는 면책규정’에 해당한다.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의 경우 암이 최초 발생한 부위인 갑상선을 기준으로 분류하게 되어 일반암 진단비를 지급받을 수 없게 되며, 피고가 위 특약에 관한 설명을 들었더라도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은 실질적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나 액수를 결정하는 기준에 해당하여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며,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을 단순히 암의 정의나 분류기준에 관한 확인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이 없었던 보험계약에서 갑상선에서 림프절 등 다른 부위로 전이된 암을 분류하는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탓에 일반암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혼선이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에서 2011년 4월경 원발부위가 확인되는 전이암의 경우 원발암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보험약관 규정을 개선하도록 지침을 내렸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보험회사에서 암보험 약관에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을 포함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종래 갑상선에서 다른 부위로 전이된 암의 일반암 해당 여부에 관하여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사이의 잦은 분쟁이 있었고,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은 그 특약이 없다면 일반암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전이암을 원발부위 암으로 간주하여 보험금 지급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의 경우 원발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하여 일반암에서 제외하는 것을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계약자가 알고 있었거나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 또는 단순히 의학적 판단 기준을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전이암 분류 방법에 관하여 종래 혼선이 컸다는 것이므로, 보험계약자가 이를 알지 못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은 전문적인 용어 등을 포함하고 있어 그 내용이 간단한 것이 아니고, 갑상선과 갑상선 외의 다른 부위에 악성신생물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갑상선암으로만 취급한다는 것은 별도의 설명 없이는 알기 곤란하다. 특히 보험계약 조항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그 각각의 해석에 합리성이 있는 등 당해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다81633 판결 참조).
이상의 내용을 고려할 때 대상판결이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여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점은 합리적이다.
최근까지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없었고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었으나, 대법원은 2025년 3월 13일 2023다250746 판결을 시작으로 2022다263813, 2023다273633, 2023다245058 판결과 대상판결인 2025다209662 판결 등을 쏟아내며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쟁점과 관련한 통일된 법령해석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된다. 또한 대상판결로 인해 향후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분쟁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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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에 대한 보험자의 설명의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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